ㆍ작성일 :
25-07-04 10:56
치매 부모를 돌보려면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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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 조회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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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행복을 만들기 위한 나만의 일상
이 동네로 이사를 온 지 3년이 넘었다. 언제나 나의 계획은 신선한 채소와 갓 지은 밥으로 저녁을 먹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잠에 드는 그런 하루였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운 음식을 데워 먹고, 핸드폰을 하다가 씻지도 않은 채 잠들어 버리는 일상이었다. 마음은 산책길을 달리고 있지만, 지친 몸은 변함없이 쇼파와 침대에 있다. 결국 집 근처 체육문화센터에 등록을 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지 세 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온몸이 쑤시고, 조금만 뛰어도 지쳤다. 여전히 흘끗흘끗 시계를 보지만 그래도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운동이 끝나면 나온 김에 신선한 채소를 구입하러 동네 마트까지 한 바퀴 돌고 온다. 운동량도 늘어나고, 신선한 식품을 먹는 횟수도 늘어난다. 몸의 근육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생활의 작은 변화였다. 몸의 근육을 만드는 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것은 오죽할까. 치매 가족이 된 지도 3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부모님을 돌보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별것도 아닌 일에도 화가 나고, 별것도 아닌 일에 긴장한다. 도대체 쓸데없는 물건은 왜 주워 오시는지, 주간보호센터는 왜 자꾸 빠지려고 하시는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시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전에 보았던 법륜 스님의 영상을 몇 개 시청한다. 영상의 질문자들은 나처럼 치매 부모님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드려야 할지를 질문한다. 그러자 스님은 자신의 마음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냐고, 연로하신 부모님은 늘 보살펴야 하는 분들이지 걱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하신다. 허를 찌르는 대답이었다. 부모님을 이해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달린 문제였다. 부모님을 돌보는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 환자이시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화를 내셔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행복하면 그냥 해결되는 문제였다.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좋은 글을 쓰겠다고 머리를 쥐어짜며 쓰다가 포기했지만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글을 풀어낸 기억, 좋은 사람을 만나보겠다고 여기저기에서 노력했지만 가까운 동료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기억이 떠올랐다. 문제의 해답은 늘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하여 부모님 댁에 방문한다.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도착하여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세탁기를 돌린다. 내 마음의 행복을 위한 나만의 일상이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며 아늑한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하실 부모님을 위해서 오늘의 일상을 완료한다. 세 달간의 도전으로 몸의 근육을 만들며 생활의 작은 변화가 생겼듯이 그거면 내 마음의 근육은 이미 단단해졌다고 믿는다. 내 마음이 행복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