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일 :
24-07-02 15:30
“치료법 없는 혈관성 치매, 세계 첫 연구에 도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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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 조회 : 698 |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1001178?sid=105 [1044] | |
고성호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진단 어렵고 치료법 없는데 한국 발병률 높아” “신경재생 돕는 신약, 4년 뒤 임상시험 목표” 사람들은 치매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린다. 치매 환자의 60~70%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치매는 알츠하이머병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앓고 있는 질환이 환자의 30%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혈관성 치매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성호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사가 된 이래 치매 연구만 매진했다. 그 공로로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그 역시 치매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를 주로 연구해 왔지만, 최근 혈관성 치매로 연구 분야를 옮겼다. 고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최근 연세대 의대 생리학 교실의 정승수 교수, 엣지케어의 장지훈 박사와 함께 한국연구재단의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전략형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지난 4월 시작된 이 과제의 주제는 혈관성 치매 치료법 개발이다. 고 교수 연구진은 앞으로 4년 9개월간 45억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혈관성 치매과 알츠하이머병은 어떤 차이가 있나. “혈관성 치매는 뇌로 가는 혈액 순환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산소·영양 공급 부족으로 인해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특히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증상은 서서히 나타날 수도,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나 타우 단백질이 오랜 기간 쌓여 걸린다. 다만 증상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특히 혈관성 치매 중에서도 피질하(subcortical)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아주 비슷하다. 피질하는 뇌의 표면에 가까운 부분으로 인지 기능과 밀접한데, 이 부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아주 서서히 혈관성 치매에 걸린다. 이 경우 알츠하이머병과 임상적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 –어떻게 혈관성 치매라고 진단하는가. “구분하기 힘들면 알츠하이머병이 맞는지 검사를 해 혈관성 치매 여부를 판단한다. 외래 환자 중 1년 전 뇌경색을 겪고 기억력이 감퇴한 환자가 있었다. 치매 기준에는 분명히 들어맞지만 알츠하이머병인지 혈관성 치매인지는 곧바로 분간이 안 됐다. 때문에 아밀로이드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으로 검사해 보니 알츠하이머병이 아니었다. 이를 통해 혈관성 치매임을 밝혀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졸중도 특정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혈관성 치매 증상과 구분이 어렵다. 뇌졸중 발병 후 6개월이 지나도 정상적인 기억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시간·장소·인물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인지력이 확연히 떨어지면 혈관성 치매로 진단한다.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 역시 혈관성 치매와 증상이 많이 겹친다. 혈관성 치매가 나타나도 뇌경색 때문에 언어장애나 팔·다리 마비가 함께 걸리면 이런 증상들 때문에 혈관성 치매 증상을 간과하기 쉽다. 결국 뇌경색 이후 6개월 이상 인지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그제야 혈관성 치매로 의심한다.” –진단이 어려워 보인다. 치료는 어떤가. “현재로서는 치료법도 전혀 없다. 뇌경색 증상과 같이 나타난다면 뇌경색 치료제인 항혈소판제 등을 쓸 수는 있지만, 혈관성 치매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은 없다. 기존에는 콜린에스터분해효소 억제제라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혈관성 치매 치료제로 처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혈관성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지 검증한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지난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약물을 혈관성 치매 치료제로 처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최근 개발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이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도 부작용으로 뇌 부종과 뇌출혈이 있어, 혈관성 치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처방이 불가능하다. 혈관성 치매가 오히려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성 치매 환자는 얼마나 되나. “한국은 혈관성 치매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데 발병률은 높다. 혈관성 치매만의 특징적 패턴이 없어 추정이 필요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의 10% 이상이 혈관성 치매를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 비율이 최소 15%에서 많으면 30%까지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혈관성 치매뿐 아니라 여러 치매가 함께 나타나는 복합성 치매까지 고려하면 그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한국에서 혈관성 치매 환자가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인종적 특성이나 짜고 맵게 먹는 식문화, 부족한 운동량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한국에서 유독 더 두드러지는 질환에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혈관성 치매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는데. “아직 전임상 단계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경 재생에 초점을 맞췄다. 나이가 들면 신경세포나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세포의 재생 기능이 굉장히 약해진다. 이 세포들이 손상되면 신경계도 재생되지 않아 신경세포 네트워크가 깨진다. 이런 증상이 누적되면 혈관성 치매로 발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 염증을 가라앉히고 재생을 돕는다면 혈관성 치매도 치료가 가능하리란 가설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신약뿐 아니라 초음파 치료 같은 의료기기도 활용해 치료 효과를 더 높이고자 한다. 정부에서 5년간 지원을 받는데, 5년 차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일상생활에서 혈관성 치매를 예방할 방법은. “예방법 자체는 알츠하이머병이나 뇌졸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나 뇌경색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비만이나 술·담배 같은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건강한 수면 습관과 지중해식·한식 등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혈관성 치매로 연구 방향을 바꾼 계기는. “알츠하이머병은 이미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조금 더 과장을 보태서 자고 일어나면 새 논문이 나와 있는 정도다. 지난해부터 레켐비나 도나네맙 같은 새 치료제도 등장했고, 나도 알츠하이머병를 혈액으로 진단하는 생체 표지자(바이오마커)를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 자체가 많지 않다. 아마 다른 뇌 질환과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혈관성 치매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많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혈관성 치매 환자에 대한 치료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 혈관성 치매에 관심을 가졌다. 또 한편으로는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 같은 의료 선진국을 앞서가기 쉽지 않지만, 혈관성 치매는 내가 세계 최초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이나 보람도 작용했다. 혈관성 치매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내 환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