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일 :
24-02-15 15:21
오늘도 일하러 가는 ‘치매 환자’ 이야기 (마음의 흐림, 치매 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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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 조회 : 1,051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7957&ref=A [836] | |
2018년과 2020년 KBS는 '주문을 잊은 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즌 1, 2로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경증 치매 환자들이 일하는 식당 이야기인데, 주문을 해도 다른 음식이 나온다거나, 주문을 잊어버려 자꾸 다시 묻는 치매 종업원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 방송했습니다
사실 치매 환자의 60% 정도는 경증 환자입니다. 어느 정도 자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부정적인 사회 인식으로 점점 일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런 이들에게 힘을 주고, 소위 '마음을 유지'하게 끔 하는 것이 '일' 혹은 '자기의 역할', 내가 쓰임이 있구나 하는 '자존감'입니다. ■ 사례 1 - 환자 모임과 체조 모임에서 생겨난 역할 일본에서 취재한 곳 중에는 치매 환자들의 모임, 그리고 아파트 단지에서 어르신들과 치매 환자들이 모여 진행되는 체조 모임도 있었습니다. 이 두 곳의 모임에서 공통적으로 접한 이야기가 모임에서의 환자들의 '역할'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치매 환자 체조모임을 이끌고 있는 레크레이션 담당 기노시타 씨의 말입니다. "벌써 1년이 넘었는데요, 뭔가 변화 같은 게 보이나요? (기자)" "음... 매번 그런데요, 무척 즐겁게 참가하고 계시고요, 감사한 것은 각각 역할이 생겼다는 거예요. 치매인 분이지만 여기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는 담당, 여기에서는 이렇게 말해주는 담당, 이렇게 치매인 분들끼리의 역할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네. 이 모임 속에서 역할이 생긴 게 아닌가 해요. 이건 무척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동료 만들기라고 해서." 다른 곳의 치매 환자 모임 담당자는 다음과 같은 사례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청소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치매 환자분입니다. 사람들에게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표정이 아주 밝아져서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는 게 A씨의 사례로 여기에 실려 있어요." ■ 사례2 - 치매 일자리 사업…. 유신형, 배원문 씨 시흥치매안심센터에서 시네마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유신형(64세), 배원문(62세) 씨 두 분은 치매 환자입니다. 하지만 벌써 이곳에서 일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공공근로사업 예산 일부를 치매 환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쪽으로 전환해 실험적으로 치매안심센터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영화 상영 준비와 각종 모임 준비, 교구 정리 등을 두 사람이 해나가고 있는데, 점점 더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치매안심센터의 평가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사전 평가로 해서 자존감, 부담감 또 일상생활 수행능력이라든지 이런 거를 다 평가 도구로 해서 사전 사업 평가를 합니다. 지금 보면 자존감 향상, 일상생활 유지 그리고 체력적인 부분까지 이런 부분들이 다 향상됐다고 저희가 평가해 결과가 나왔습니다.(권정희 시흥 치매안심센터 주무관)" 치매 판정을 받고 모든 것이 끝나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던 치매 환자들에게 매일 출근할 수 있다는 느낌은 단순한 만족감과는 또 다른 듯 합니다. “아침에 눈 뜨면 어디 나갈 수 있다는 게 마음이 엄청 가벼워요. 집에 있으면 그날이 그날이고. (유신형 씨)” 치매 축구단 취재에서는 처음에는 혼자는 오지 못했던 환자분이 축구를 거듭하자 나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홀로 운동을 하러 다니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치매 증상 중에는 '우울성 치매'가 있습니다. 특히 몸을 움직이고 활동을 하며, 그것이 본인에게 의미를 가질 경우 특히 '우울' 개선과 치매 상태 호전에 도움이 되는 걸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 사례 3 - 그래도 일한다. 치매 디자이너 "제 친구가 작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디자이너 1명이 좀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알고 보니 치매 초기였던 겁니다. 그러면 '너 도저히 안 되겠네. 집에 가서 쉬어'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 사람은 집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치매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란 말이에요. 치매에 가장 좋은 치료는 계속해서 자기다운 생활을 하는 것이에요. 사회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제 여러 가지 궁리를 해서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맡기고 '일주일에 한 2번 정도만 출근해서 일을 하자' 라는 식으로 된 것이죠." 김동선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특별한 경우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치매 환자가 벌써 100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치매 환자가 일하며 같이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해야 하는 단계임을 시사하는 사례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흐림과 마주하다...치매'. 다음 편에서는 시리즈 마지막 기사로 '치매 공생을 위한 길'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