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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관련정보

작성일 : 24-02-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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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치매 환자 공생 프로젝트 (마음의 흐림, 치매 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48
첨부파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8241&ref=A [741]


(본 기사는 2월 13일(화) KBS1 밤 10시, <시사기획 창> '마음의 흐림과 마주하다...치매'편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공존이라는 말이 있고, 공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존(共存). 글자 그대로만 보면 같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공생(共生),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제정된 일본의 치매 관련 법안이 공존이 아닌 '공생'이라는 말을 담은 이유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공생사회 실현을 위한 인지증 기본법'은 여러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치매 환자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동선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의 설명을 먼저 싣습니다.

"이 법률에서 강조하는 게 이제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국민들이 치매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해를 높여야 한다.
2. 두 번째로 베리어프리 사회가 되어야 한다. 치매 환자도 사회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환경적인 측면이나 또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차별 의식을 없애야 한다.
3. 세 번째로 치매 예방을 위한 국민의 책임을 강조했어요. 근데 여기서 예방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예방이라고 하면 치매 걸리지 않기 위한 예방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에서는 치매 걸려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예방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치매에 대한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은 '치매 관리법'입니다.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제정까지 상당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일본의 '공생사회를 위한 인지증 기본법'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치매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에서 온 말이지만 일본에서는 더 이상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치(癡 어리석을 치)매(呆 미련할 매). 이 단어가 갖는 극히 부정적인 의미를 고려해 2004년부터는 인지증(認知症)이라는 말로 바꿔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2001년 실지증(失智症)으로, 홍콩은 2010년에 또 중국은 2012년에 각각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병명을 바꿨습니다. 모두 보다 중립적인 의미를 가진 말로 바꾸면서 사회적으로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여기서 더 나아가 '공생'을 들고 나왔는데 이미 치매 환자 수가 700만 명에 육박하는 만큼 이들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고 사회적 활동에서 배제할 경우, 앞으로 이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깔려 있습니다.

결국, 비교적 경증 치매 환자들이 스스로를 돌보고 사회 생활도 유지하는 것이 개인의 병 진행을 늦출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라는 데 뜻이 모아진 셈입니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3년 단위로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세우고, 2017년에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내걸어 더욱 적극적인 치매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시일 내에 각 지자체별로 치매안심센터가 만들어져 적극적인 치매환자 진단에 나서는 등 행정적인 틀거리는 갖춰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치매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상태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환자 모임'은 고사하고 '치매 환자 가족 모임' 조차 접촉하기 쉽지 않았던 건,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어떤 위치에서 힘들어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드러낼 수 없고, 환자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받기도 쉽지 않은…. 그래서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는 병이 '치매'라는 인식에 아직 우리 사회가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90살 할아버지 오사다 요네사쿠 씨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사다 할아버지는 정확히 기억은 못해냈지만, 70대에 이미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지나다녔던 길인데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헤매는 일이 생긴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친하게 지냈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어요. ‘저 사람 이름이 뭐더라?’ 그런 일이 생기면서 아내가 이상하다고 해서 병원에 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검사를 해 보니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게 70대 때….
사람들 사이로 다시 들어가고, 뭔가를 하면서 점차 저 자신을 되찾게 되었고, 지금은 어디든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아내가 허리가 안 좋거든요. 그래서 옆에 앉아서 음식 만드는 것을 가르쳐 줬는데, 그게 익숙해져서 지금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 입원 중인데 제가 음식을 만들어요.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혼자 있으면 안 돼요. 그러니까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여러분들에게 많이 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오사다 할아버지는 '도쿄 희망 대사'로 임명돼 치매 환자로서의 자신의 경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가진 인물로서의 '치매 환자'의 모습을 주변에 전파하며 살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가 처음부터 마냥 치매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 만난 치매 환자 가족 중에도 아직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같이 걸어가면 창피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하니까요.

하지만 치매가 어떤 병인지 조금씩 더 알려지게 되고, 치매에 걸려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언론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식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들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결국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소프트웨어'가 꼭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치매 환자가 있으면 이상한 행동을 할까봐 주변 사람들도 굉장히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치매 환자도 그냥 똑같은 어떤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뿐이고. 그 사람이 병에 의해서 다양한 행동을 할 수가 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이 잘못돼서 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병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을 서로 이해를 해주고 병을 잘 관리하면서 좋은 삶을 잘 유지해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서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서지원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

“정부가 해야될 복지 서비스도 있고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함께 치매 환자를 같이 돌본다라는 그런 생각들을 공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의 부모님이 치매 환자가 될 수 있죠. 저도 언젠가는 치매 환자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모두의 문제이다라는 인식이 이제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로병사를 극복할 수 없잖아요. 치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장수하면서 우리가 지불해야 되는 세금이다.(김동선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